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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칼럼] 암 주변세포들이 암을 돕는다? 암치료의 새로운 변화: 암 미세환경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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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30 19:28 조회4,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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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정 한의사 (김민정 한의원장)

이전 암 연구가 암세포 자체에 집중해 있었다면 최근 암 연구의 방향은 암과 암 주변 조직에 대한 연구로 바뀌고 있습니다. 암세포가 독립적으로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그 세포만 변해서 암의 특성이 나타났다고 보는 관점에서 암세포가 주변 환경과 상호 영향을 통해 발전하고 변이를 일으킨다고 보는 관점으로 바뀐 것입니다. 실제로 암 주변 조직은 정상세포일지라도 암이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돕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암세포는 암세포 주변의 정상세포들을 교육 시켜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보아 주도록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암세포의 이런 무서운 능력 때문에 암세포 주변에는 암세포를 도와주고 보호해 주는 세포와 조직이 존재하는 데 이를 암 미세환경 (cancer-microenvironment)라고 합니다.

암 미세환경은 암세포를 제외한 암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과 단백질(신호전달물질 포함)을 지칭합니다. 이런 세포들은 혈관과 림프조직 염증세포 지방세포, 암 줄기세포 등을 포함합니다.(혈액암은 혈액 내에 암이 생긴 것이므로 이 경우는 제외합니다.)세포가 아닌 암 미세환경은 사이토카인이나 키모카인같이 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물질인 단백질이나 세포외 지지조직을 포함합니다. 사이토카인이나 키모카인은 암세포가 만들기도 하고 암 주변세포가 만들기도 합니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물질은 암세포마다 각각 다릅니다.

암 미세환경세포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암과 연관된 섬유아세포입니다. (Cancer-associated fibroblast) 암과 연관된 섬유아세포를 알아보기에 앞서 섬유아세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Fibroblast(섬유아세포)는 무엇일까요? 섬유아세포는 우리 몸에 콜라겐과 같이 결합조직을 이루는 세포들을 말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Virchow가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하다가 특별히 무슨 구조물을 만들고 있지는 않으며 길쭉하게 생긴 어중간한 세포를 발견하고서는 고민하다가 "Fibroblast (섬유아세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실 생체 내에서 fibroblast는 상피조직이나 혈관, 신경과 같은 세포에 비해 잘 눈에 띄지 않는 세포입니다. 그렇지만 이 세포는 발생과정(태아가 생기는 것)이나 상처복구과정, 암-미세 환경에선 fibroblast가 정말 큰 역할을 합니다. 상처가 오래되면 "세포 섬유화"(손상 회복과정에서 섬유성 결합조직이 과하게 형성되는 것)가 되는데 그 역할을 합니다. 섬유화가 많이 일어나면 장기의 일부가 굳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폐섬유화나 간섬유화가 그 예입니다.

인체는 미세구조에서도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3차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체 내 혈관과 신경, 근육, 뼈는 아무렇게나 대충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정교한 각본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으며 현미경으로 봐도 각각의 세포는 아주 정교한 미세구조를 만들고 이 미세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Fibroblast는 어른에서는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세포이지만 손상된 조직의 복구를 담당하는 핵심 세포이며 악성종양을 비롯한 온갖 심각한 섬유화 질환을 유발하는 세포입니다. 암의 미세환경에서는 이런 특징을 갖는 섬유아세포가 많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특별히 암관련 섬유아 세포라고 합니다. 그리고 혈관과 림프관이 암 주변에 존재해서 후에 암이 전이 되는 통로가 됩니다.

암 생성에 있어서 암미세환경의 역할로 만성염증을 통해(특히 간암이나 대장암) 암을 유발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으로 죽거나 암세포가 성장하는 속도에 맞추어 영양공급을 받지 못해 죽습니다. 이렇게 죽은 암세포는 살아있는 암조직 주변에 염증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일어난 염증반응이 암세포가 성장하는 것을 돕습니다. 암 미세환경은 면역반응을 억제해 암이 생성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암세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암미세환경도 변하고 발전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칩니다. 암세포가 성장하면서 주변 조직과 세포들을 암세포를 돕는 세포로 바꿉니다.

이 변화는 세포 수준으로 관찰을 해 보아도 암 관련된 섬유아세포가 암조직 내로 침투한다던지 혈관이나 림프액이 침투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자생물학적인 실험을 통해 유전자수준의 관찰해도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암주변조직들은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이 변하거나 DNA메틸화 과정(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는 장치의 변화)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암 주변세포들은 암처럼 유전자 자체의 변화(유전자 돌연변이)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돌연변이가 심하게 일어나서 종잡을 수 없는 암세포보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적은 암미세환경이 진단이나 치료로 이용하기 더 적합합니다.

암세포와 암 미세환경은 암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호영향을 줍니다. 암의 초기에는 암주변의 세포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려고 합니다. 섬유아세포는 암세포 성장 방해물질을 분비하고 따라서 암세포의 죽음을 일으킵니다. 암의 초기에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외부 이물질로 인식하고 제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암이 성장함에 따라 이 세포들은 점점 변하게 되고 암미세환경을 이루는 세포들로 바뀌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암의 성장을 돕는 세포로 바뀌는 것입니다. 면역세포중 마크로파지(이물질을 먹어 해치우는 대식세포: 면역세포의 일종)는 암관련 마크로파지(TAMs: tumor-associated macrophages)로 바뀝니다. 정상 마크로파지는 암세포를 죽이는 반면 암세포가 변화시킨 암관련 마크로파지는 암세포를 성장하게하고 전이하는 것을 돕습니다.

섬유아세포도 암관련된 섬유아세포로 바뀌는데 TGF베타와 같은 물질과 다른 성장인자를 분비해 암이 성장하게 하고 암주변에 혈관들을 자라게 하여 영양공급을 돕고 전이를 일어나게 합니다. 암세포가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혈관이 필요합니다. 암세포는 주변에 혈관을 만드는 세포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암과 관련된 섬유아세포나 암관련 마크로파지도 혈관생성을 돕습니다. 다른 면역세포인 B세포와 T세포도 처음에는 암세포를 억제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갖지만 암이 성장한 뒤에 일부 세포들은 암세포를 돕게 됩니다. 예를 들면 Treg세포(T세포중 하나)는 killer T세포의 작용을 억제하여 killer T세포가 암세포를 죽는 것을 방해합니다.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살아남아 성장하는 것을 돕습니다.

암세포가 성장한 후 다른 조직으로 전이하는 과정에서도 암미세환경은 큰 역할을 합니다. 암관련 마크로파지와 암관련 섬유아세포는 많은 사이토카인(신호전달물질) 프로테이즈(단백질 녹이는 효소->주변조직을 녹여 암세포가 혈관쪽으로 이동하게 함)를 분비하여 전이를 돕습니다. 또 암 세포가 전이가 되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EMT라는 과정을 거쳐 이동 가능한 세포로 바뀌어야 합니다. 암 미세환경은 암세포의 EMT과정이 일어나도록 돕습니다. 암세포가 주변 세포들의 역할을 바꾸어서 자신을 돕도록 만들고 이 주변세포들은 암 미세환경이 되어 암이 성장하고 전이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암이 전이되는 과정에서 전이하는 암세포는 혈관 안으로 들어간 뒤 혈액 안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혈액 안에는 사실 많은 수의 면역세포들이 있기 때문에 암세포가 살아남기 힘듭니다. 암세포가 살아남도록 혈관 안에서도 암미세환경이 큰 역할을 합니다. 혈관을 떠돌던 암은 몸의 어떤 조직에 정착하게 됩니다. 전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암세포가 애초에 생기고 자랄 때 암이 자라는 그 부분의 조직 뿐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세포들간의 신호전달에 영향을 미쳐 사실 암세포가 전이되는 조직은 처음 암세포가 이미 그 조직을 전이된 암세포가 자라기 유리한 조건으로 바꾸어 놓고 처음 조직에서 성장한 암세포가 유리한 조직으로 전이하는 것입니다. 암 미세환경을 미리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전이된 잠복암의 경우도 암미세환경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유방암의 경우 다른 암에 비해서 이른 시기에 전이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암세포는 10년-20년 정도의 잠복기간을 가진 뒤 갑자기 나타납니다. 잠복 기간 동안 전이된 암은 휴면상태에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발견해서 제거하지는 못하고(휴면상태라서 발견이 안 되어서) 암미세환경은 암이 커지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왜 그런지 아직 모릅니다.) 잠복암이 확 드러나는데 그때 암이 커지고 암세포가 많아지도록 암 미세환경이 돕습니다.

처음 발생한 암과 전이암을 비교해 보면 처음발생한 암보다 전이암이 암미세환경에 비해 암세포가 훨씬 많습니다. (처음 암에는 주변조직이 많고 전이암은 주변조직이 처음암에 비해 적습니다.)처음 발생한 암이 주변조직에 많이 의존해서 주변조직과 암세포의 비율이 주변조직이 조금 더 많았다면 전이 암의 경우 이미 주변조직에 도움을 받은 채로 다른 조직으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암세포가 더 많습니다. 전이암은 처음암에 비해 주변조직에 영향을 덜 받습니다.

암미세환경은 암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암미세환경(암주변조직)이 암세포가 항암제에 저항을 갖게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암 미세환경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암세포가 죽지 않도록 항암제를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험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45개의 암세포에 35개의 항암제를 투여해서 반응을 보았는데 “암미세환경과 암세포 vs 암세포만”으로 비교해 본 결과 암미세환경과 같이 있던 암세포군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사는 반면 암세포만 있는 군은 항암제를 투여시 많이 죽었습니다. 투여한 항암제중 성장리셉터인 카이네이즈를 방해하는 항암제가 있는데 암 미세환경은 특히 이 항암제를 무력화 했습니다.

예를 들면 피부암세포의 경우 암세포의 성장을 일으키는 인자중 BRAF(BRAF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된 것입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피부암의 경우 돌연변이 BRAF를 억제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항암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암미세환경이 이 항암제의 역할을 방해합니다. 암 미세환경이 분비하는 물질중 HGF가 많은 경우 돌연변이 BRAF를 억제하는 항암제는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면 HGF가 항암제의 역할을 막는 것입니다. 임상적으로 이런 연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미리 이런 물질을 측정을 해서 항암제가 이 암세포를 억제할수 있는지 투여 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암미세환경 세포자체를 측정하는 것으로도 암의 진단과 치료, 예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장암의 경우, 대장암환자 여러명에게서 대장암세포와 암미세환경을 이루는 세포들을 분리해서 어떤 세포가 얼마나 있는지 측정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암미세환경을 이루는 세포중 상피세포는 EpCam+라는 것으로 백혈구는 CD45로 혈관내피세포는 CD31, 섬유아세포는 FAP라는 표시자를 통해서 각각 세포의 양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이 중 섬유아세포의 양이 많은 환자군이 예후가 가장 안 좋았습니다.(치료율이 낮고 사망률이 높음) 그리고 이 환자군에서 암세포가 가장 태아기세포와 비슷한 형태를 띄었습니다. EMT로 가장 변이가 많이 된 것이고 전이도 가장 쉽게 일어났습니다. 다시 말하면 암미세환경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영향을 주므로 암미세환경 중 어떤 세포가 많은지 파악함에 따라 암환자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고 치료방법도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암미세환경을 타깃으로 한 치료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 중인데 혈관 생성하는 요소들과 면역세포에 관한 연구는 최근 몇 년간 활발히 이루어 졌습니다. 암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혈관이 필요하고 암미세환경에서 혈관을 생성하는 인자를 만들거나 혈관을 만드는 세포를 부릅니다. 혈관생성인자중 VEGF라는 것이 있는데 이 인자를 인식하는 수용기를 차단하는 치료들이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혈관생성인자 차단제(VEGF 차단제)는 암주변에 혈관이 생성하는 것을 차단함으로 암세포와 주변조직은 산소가 부족해집니다.(산소는 혈관을 통해 공급)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오히려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혈관생성인자를 억제하는 치료로 오히려 암이 퍼지게 된 것입니다.

면역세포에 대한 연구로 암세포주변에 면역세포가 다시 활성화 되도록 하는 것과 암세포가 보내는 면역억제신호를 막아서 면역세포가 활동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암미세환경을 타겟으로 한 치료의 다른 예로 췌장암 모델을 들 수 있습니다. 췌장암의 경우 암 주변 조직이 매우 치밀하게 되어있어서 항암제가 암세포에 침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치밀 조직을 이루는 물질 중 가장 많은 것은 Hyaluronic acid입니다. 이것을 물질을 녹이는 것을 타겟으로 하는 치료법을 기존 항암제와 같이 쓰면 치밀한 주변조직이 녹아 항암제가 암세포에 쉽게 닿을 수 있어 치료율이 높아집니다.

Rakesh Jain는 2013년 논문에서 발표하기를 암미세환경은 암미세환경을 이루는 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앞에서 말한 혈관생성인자 억제와 같은 치료가 아니라 오히려 혈관생성인자를 정상화하는 방향의 치료로 암미세환경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암미세환경을 정상화하는 치료는 한의학적인 치료와 가장 유사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부분부분으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합니다. 그리고 몸의 균형을 찾는 것(정상화)를 목표로 치료합니다. 암미세환경과 연관시켜서 볼 수 있는 한의학적 치료는 만성염증치료와 면역력증강을 들 수 있습니다. 대장암이나 간암의 경우 주변조직 즉 암미세환경의 만성적인 염증이 암을 발생하게 하기도 하고 암을 키우기도 합니다. 만성염증을 억제하는 한약치료로 암미세환경을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 혹은 한약으로 몸 전체의 면역력을 증가시켜(면역세포의 수를 늘리거나 조혈작용을 도와) 암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의 활동을 도울 수 있습니다. 세포를 타겟하거나 세포내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을 타겟해서 치료하는 것이 현재 양방의 암 치료입니다. 하지만 암미세환경의 연구에서도 보듯이 암세포만 치료하거나 일부타겟만 가지고 치료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암에 의해 영향 받은 암미세환경과 몸 전체의 정상화과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몸 전체를 다루는 한방이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방의 암 치료와 더불어 암의 미세환경(암주변조직)에 대한 한방치료와 몸 전체에 대한 한방치료(초기부터 암세포는 전이를 준비하므로)가 같이 이루어진다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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