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칼럼] 세포의 돌연변이와 진화 그리고 암(癌)은 어떤 연관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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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23 22:59 조회4,895회 댓글0건본문
글: 김민정(김민정 한의원장)
암세포와 돌연변이와 진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우리가 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한 가지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암조직은 여러 가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사람의 신장암이라고 해도 그 암조직을 떼어 조직검사를 하면 각각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암을 치료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암세포의 돌연변이입니다. 한 종류의 항암제가 효과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쓰면 그 항암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가 나타납니다. 항암제에 저항을 가진 새로운 돌연변이 암세포는 마치 바이러스와도 같습니다. 한 가지 약에 저항을 가진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우리는 다른 약을 만들어서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합니다.
정상세포보다 암세포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납니다. 일반 세포의 경우 DNA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세포분열을 중지시키고 DNA를 고친 후 다시 분열을 시키거나 너무 심각하게 DNA손상이 일어나면 그 세포자체가 죽습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DNA가 망가진 것을 체크하거나 고치는 기전이 고장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제 받지 않고 DNA가 돌연변이 된 상태로 분열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상세포처럼 막는 기전이 고장나 있는 암세포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고 돌연변이된 세포가 잘 분열합니다. 하지만 암세포가 아니더라도 정상세포도 돌연변이가 일어납니다. 암과 같이 생명에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아니라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생긴 돌연변이입니다.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생긴 변이가 모여 생물이 진화하게 되고 이것을 처음에 가장 잘 연구한 사람이 다윈입니다.
암세포의 돌연변이와 진화를 살펴보기에 앞서 진화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화, Evolution이란 생물 집단의 유전자 풀(gene pool)내의 형질의 빈도가 세대를 거치면서 점점 변화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라는 생물군(유전자 풀)안에 존재하는 검은 머리, 금발 머리, 갈색 머리(형질)등이 있는데 머리색이 나타나는 빈도가 세대를 걸치면서 변한다는 것입니다. 다윈의 이론에 따르는 진화의 정의는 자연선택, 돌연변이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물의 변화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 생존’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하는데 적자생존은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뉘앙스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연이 선택하여 그것에 적합한 것이 살아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진화의 원동력이라 생각하는 돌연변이(유전자변이)는 사실 진화의 유일한 원동력은 아닙니다. 돌연변이 외에도 유전자급의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들은 많습니다. 진화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를 포함한 미세한 변이들이 끊임없이 축적되어 온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진화에 있어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란 어디까지나 생존과 자손을 번식시킨다는 관점에서 얼마나 유리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능력일수록 널리 번성하기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생존에 유리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생존하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설사 생존에 좀 더 유리한 능력이라 하더라도, 막상 이런저런 운이나 우연,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능력적으로 불리한 쪽이 생존하여 번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분명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쪽이 좀 더 번성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생존과 번식에 있어서 조금 불리한 쪽의 형질이 후대에 널리 퍼지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진화와 암세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다윈이 발견한 진화는 우리 몸의 세포에서는 계속 일어나는 일입니다. 외부환경에 따라 세포들은 적합한 쪽으로 발현되도록 변화합니다. 특히 암세포의 경우 이런 변화가 더욱 활발한데 유전자 수준에서 변화가 생기고 그것을 유전자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정상세포에서도 일어납니다. 그 돌연변이 중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돌연변이를 갖는 것이 암세포입니다. 진화가 생물이 발달해온 과정이듯 우리 몸의 진화과정인 돌연변이는 느린 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치명적인 돌연변이들은 세포내에 장치를 통해 변이가 고쳐집니다. 이렇게 돌연변이를 막는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지속되고 그 변이 쌓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암이 발생하게 됩니다. 암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발현되는 단백질을 바꿉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missense-단백질이 발현되는 DNA의 부분인 코돈을 변화시킨다.
nonsense-단백질이 발현되지 못하도록 DNA에 중단 신호를 만든다.
splice site mutation-발현되는 과정에서 잘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변이를 일으킨다.
indel mutation-DNA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염기를 덧붙이거나 빼버린다.
DNA 지도를 바꾸어서 정상과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한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중 실제로 암이 발생하게 하는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driver mutation’이라고 합니다. 암세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돌연변이는 ‘passenger mutation’이라고 합니다. 이 돌연변이 들이 쌓여 암세포가 되는데 암세포는 암의 특성을 갖는 쪽으로 돌연변이가 생겨 정상세포가 암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여러 유전자의 돌연변이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대장암의 경우 정상적인 대장 상피세포 -> 초기 양성암 -> 후기양성암 -> 악성암으로 변하는데 대장상피세포가 초기 양성암이 될 때는 APC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초기 양성암에서 후기 양성 암으로 바뀔 때는 Ras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후기 양성 암에서 악성 암으로 변할 때는 PI3K와 TGF베타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깁니다.
실제로 암이 발생하게 하는 치명적인 돌연변이인 ‘driver mutation’은 약 140개의 유전자에서 변이를 나타내는데 이 돌연변이는 세포의 신호전달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신호전달 과정중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1)세포의 운명 2)세포의 생존 3) 유전자의 보존 입니다. 다시 말하면 돌연변이는 세포내 신호전달과정에 간섭하여 세포의 운명을 바꾸거나 생존을 결정하거나 유전자를 보존하는 과정(유전자 고치는 등의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1.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신호전달과정
이 신호전달과정은 세포가 분열할지 분화할지 결정합니다. (세포주기에서 G1 초기단계입니다.)다시 말하면 세포가 똑같은 세포를 다시 만들지(분열), 다른 모양의 성숙한 세포(피부나 머리카락 같은)로 분화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분열과 분화는 세포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암세포의 경우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분화보다는 분열로 신호전달과정을 기울게 합니다. 이런 신호전달 과정은 APC, HH, Notch등이 있습니다.
2. 세포의 생존과 관련된 신호전달과정
암세포는 산소나 영양분이 제한되어도 활발하게 증식 할 수 있도록 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세포성장인자와 관련된 돌연변이인데 세포성장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기의 돌연변이 (EGFR, HER2)와 세포내 신호전달 물질 (RAS, BRAF)의 돌연변이를 들 수 있습니다. 혹은 세포주기와 세포죽음신호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CDKN2A, MYC BCL2가 그 예입니다. 그 결과 영향을 받는 신호전달과정은 TGF-B, MARK, STAT, PI3K, RAS등이 있습니다. 세포주기와 세포의 죽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쌓이면서 양성에서 악성으로 변합니다. 처음에 “gate-keeping”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정상세포가 빠른 성장을 하는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gate-keeping이란 세포주기에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세포주기 단계마다 세포가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준비되지 않은 세포가 분열하게 됩니다. 이것이 대표적인 “driver mutation”입니다. 이 변이를 시작으로 세포는 암세포로 변화를 시작합니다.
3. 유전자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전달과정
이과정은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DNA손상이 오면 그것을 감지하고 고치는 신호전달과정입니다. 손상이 너무 심하면 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것을 체크포인트라고도 하는데 암세포에서는 이 체크포인트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의 대표적인 것이 TP53, ATM입니다. 이 신호전달과정에서 손상이 생기면 염색체의 큰 변이가 생겨도 무시하고 세포는 분열하게 됩니다. 이런 체크포인트에 있어서 돌연변이는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더욱 가속화 시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DNA의 염기서열의 변화(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도 있지만 DNA의 뭉치인 염색체에서도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하기 전에 DNA가 뭉쳐지는 것입니다. 염색체는 수에서도 변화가 올수도 있고 염색체간에 교차를 통해 돌연변이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운증후군의 경우도 21번 염색체의 숫자가 3개로 늘어서 생긴 돌연변이입니다.(원래 정상에서는 각 번호당 염색체가 2개 있습니다.-성염색체 제외) 이런 염색체 변화 중 다른 예로 CML이라는 백혈병을 들수 있는데 BCR과 ABL이라는 두 염색체가 교차하면서 생긴 겁니다. 염색체가 교차하면서 우연히도 세포분열과 성장을 증가시키는 신호가 증폭되는데 그 결과로 암이 생기는 것입니다. 혹은 성장신호를 담당하는 부분이 염색체내에서 증가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포의 성장신호인 Myc이라는 유전자는 염색체 내에서 증가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돌연변이들이 차례로 쌓여 암세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떤 환경에도 분열을 지속할 수 있는 암세포가 되는 것입니다. 암세포가 성장해서 변이가 더 일어나면 조직을 침윤하고 암이 전이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양성암에서 악성 암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암세포의 돌연변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암조직 자체 내에서 여러 암세포가 존재하는 특성이 나타나고 항암제의 저항을 나타내는 주요 원인입니다.
암세포의 돌연변이는 한군데 암세포 내에서도 일어나지만 암이 전이 되면서도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췌장암의 경우 췌장암이 발달함에 따라 그 안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그러다가 간으로 전이되면 전이된 암세포는 다시 돌연변이를 일으킵니다. 같은 환자라도 암세포는 췌장에서 간에서 각각 다른 것입니다. 전이 될 때 마다 이렇게 암세포의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이런 식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암세포가 성장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고 항암제에 저항을 나타내어 암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처음 발생한 암세포에서 생긴 돌연변이가 전이가 된 후 생긴 돌연변이와 다르기 때문에 이전에는 효과가 있었던 항암제가 다음번에는 효과가 없기도 합니다. 이런 돌연변이가 항암치료를 어렵게 합니다. 예를 든 대장암의 경우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순서대로 나타나는 것이 밝혀졌지만 다른 암의 경우는 아직 연구로 그 순서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장암의 경우처럼 암의 돌연변이의 순서를 밝혀서 암의 진행과정에서 그 변이를 밝히고 막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하면서 살아 왔듯이 암세포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발전하고 성장합니다. 돌연변이는 정상세포에서도 일어나지만 속도가 매우 느린 반면 암세포에서는 돌연변이 속도가 빠릅니다. 암세포가 돌연변이가 점점 쌓임에 따라 그 돌연변이 속도도 점점 빨라집니다.
암세포의 이런 변이는 발암물질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현재 암 연구는 폐암이나 대장암등 각종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모아서 연구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하면 폐암 세포들을 모아서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모아서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떤 암에서는 어떤 변이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고 인종이나 지역에 따른 차별적인 변이를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폐암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변이 중 동아시아에서는 (한국포함) EGFR이라는 성장신호 리셉터의 유전자 돌연변이 빈도가 높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EGFR리셉터를 차단하는 약을 폐암치료제로 많이 쓰거나 개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암 연구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으키는 암을 유발하는 신호(예를 들면 세포성장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암 치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 암은 2가지에서 8가지 정도의 연속된 돌연변이를 통해 생기게 됩니다. 이과정은 보통 20-30년 동안에 걸쳐 나타납니다. DNA가 불안정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점이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하게 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점이 암을 발생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을 살아남게 하는 그 방식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방식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죽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프로그램 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월간암 인터넷뉴스
암세포와 돌연변이와 진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우리가 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한 가지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암조직은 여러 가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사람의 신장암이라고 해도 그 암조직을 떼어 조직검사를 하면 각각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암을 치료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암세포의 돌연변이입니다. 한 종류의 항암제가 효과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쓰면 그 항암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가 나타납니다. 항암제에 저항을 가진 새로운 돌연변이 암세포는 마치 바이러스와도 같습니다. 한 가지 약에 저항을 가진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우리는 다른 약을 만들어서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합니다.
정상세포보다 암세포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납니다. 일반 세포의 경우 DNA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세포분열을 중지시키고 DNA를 고친 후 다시 분열을 시키거나 너무 심각하게 DNA손상이 일어나면 그 세포자체가 죽습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DNA가 망가진 것을 체크하거나 고치는 기전이 고장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제 받지 않고 DNA가 돌연변이 된 상태로 분열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상세포처럼 막는 기전이 고장나 있는 암세포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고 돌연변이된 세포가 잘 분열합니다. 하지만 암세포가 아니더라도 정상세포도 돌연변이가 일어납니다. 암과 같이 생명에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아니라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생긴 돌연변이입니다.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생긴 변이가 모여 생물이 진화하게 되고 이것을 처음에 가장 잘 연구한 사람이 다윈입니다.
암세포의 돌연변이와 진화를 살펴보기에 앞서 진화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화, Evolution이란 생물 집단의 유전자 풀(gene pool)내의 형질의 빈도가 세대를 거치면서 점점 변화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라는 생물군(유전자 풀)안에 존재하는 검은 머리, 금발 머리, 갈색 머리(형질)등이 있는데 머리색이 나타나는 빈도가 세대를 걸치면서 변한다는 것입니다. 다윈의 이론에 따르는 진화의 정의는 자연선택, 돌연변이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물의 변화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 생존’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하는데 적자생존은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뉘앙스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연이 선택하여 그것에 적합한 것이 살아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진화의 원동력이라 생각하는 돌연변이(유전자변이)는 사실 진화의 유일한 원동력은 아닙니다. 돌연변이 외에도 유전자급의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들은 많습니다. 진화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를 포함한 미세한 변이들이 끊임없이 축적되어 온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진화에 있어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란 어디까지나 생존과 자손을 번식시킨다는 관점에서 얼마나 유리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능력일수록 널리 번성하기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생존에 유리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생존하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설사 생존에 좀 더 유리한 능력이라 하더라도, 막상 이런저런 운이나 우연,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능력적으로 불리한 쪽이 생존하여 번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분명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쪽이 좀 더 번성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생존과 번식에 있어서 조금 불리한 쪽의 형질이 후대에 널리 퍼지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진화와 암세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다윈이 발견한 진화는 우리 몸의 세포에서는 계속 일어나는 일입니다. 외부환경에 따라 세포들은 적합한 쪽으로 발현되도록 변화합니다. 특히 암세포의 경우 이런 변화가 더욱 활발한데 유전자 수준에서 변화가 생기고 그것을 유전자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정상세포에서도 일어납니다. 그 돌연변이 중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돌연변이를 갖는 것이 암세포입니다. 진화가 생물이 발달해온 과정이듯 우리 몸의 진화과정인 돌연변이는 느린 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치명적인 돌연변이들은 세포내에 장치를 통해 변이가 고쳐집니다. 이렇게 돌연변이를 막는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지속되고 그 변이 쌓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암이 발생하게 됩니다. 암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발현되는 단백질을 바꿉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missense-단백질이 발현되는 DNA의 부분인 코돈을 변화시킨다.
nonsense-단백질이 발현되지 못하도록 DNA에 중단 신호를 만든다.
splice site mutation-발현되는 과정에서 잘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변이를 일으킨다.
indel mutation-DNA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염기를 덧붙이거나 빼버린다.
DNA 지도를 바꾸어서 정상과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한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중 실제로 암이 발생하게 하는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driver mutation’이라고 합니다. 암세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돌연변이는 ‘passenger mutation’이라고 합니다. 이 돌연변이 들이 쌓여 암세포가 되는데 암세포는 암의 특성을 갖는 쪽으로 돌연변이가 생겨 정상세포가 암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여러 유전자의 돌연변이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대장암의 경우 정상적인 대장 상피세포 -> 초기 양성암 -> 후기양성암 -> 악성암으로 변하는데 대장상피세포가 초기 양성암이 될 때는 APC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초기 양성암에서 후기 양성 암으로 바뀔 때는 Ras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후기 양성 암에서 악성 암으로 변할 때는 PI3K와 TGF베타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깁니다.
실제로 암이 발생하게 하는 치명적인 돌연변이인 ‘driver mutation’은 약 140개의 유전자에서 변이를 나타내는데 이 돌연변이는 세포의 신호전달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신호전달 과정중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1)세포의 운명 2)세포의 생존 3) 유전자의 보존 입니다. 다시 말하면 돌연변이는 세포내 신호전달과정에 간섭하여 세포의 운명을 바꾸거나 생존을 결정하거나 유전자를 보존하는 과정(유전자 고치는 등의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1.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신호전달과정
이 신호전달과정은 세포가 분열할지 분화할지 결정합니다. (세포주기에서 G1 초기단계입니다.)다시 말하면 세포가 똑같은 세포를 다시 만들지(분열), 다른 모양의 성숙한 세포(피부나 머리카락 같은)로 분화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분열과 분화는 세포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암세포의 경우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분화보다는 분열로 신호전달과정을 기울게 합니다. 이런 신호전달 과정은 APC, HH, Notch등이 있습니다.
2. 세포의 생존과 관련된 신호전달과정
암세포는 산소나 영양분이 제한되어도 활발하게 증식 할 수 있도록 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세포성장인자와 관련된 돌연변이인데 세포성장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기의 돌연변이 (EGFR, HER2)와 세포내 신호전달 물질 (RAS, BRAF)의 돌연변이를 들 수 있습니다. 혹은 세포주기와 세포죽음신호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CDKN2A, MYC BCL2가 그 예입니다. 그 결과 영향을 받는 신호전달과정은 TGF-B, MARK, STAT, PI3K, RAS등이 있습니다. 세포주기와 세포의 죽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쌓이면서 양성에서 악성으로 변합니다. 처음에 “gate-keeping”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정상세포가 빠른 성장을 하는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gate-keeping이란 세포주기에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세포주기 단계마다 세포가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준비되지 않은 세포가 분열하게 됩니다. 이것이 대표적인 “driver mutation”입니다. 이 변이를 시작으로 세포는 암세포로 변화를 시작합니다.
3. 유전자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전달과정
이과정은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DNA손상이 오면 그것을 감지하고 고치는 신호전달과정입니다. 손상이 너무 심하면 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것을 체크포인트라고도 하는데 암세포에서는 이 체크포인트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의 대표적인 것이 TP53, ATM입니다. 이 신호전달과정에서 손상이 생기면 염색체의 큰 변이가 생겨도 무시하고 세포는 분열하게 됩니다. 이런 체크포인트에 있어서 돌연변이는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더욱 가속화 시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DNA의 염기서열의 변화(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도 있지만 DNA의 뭉치인 염색체에서도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하기 전에 DNA가 뭉쳐지는 것입니다. 염색체는 수에서도 변화가 올수도 있고 염색체간에 교차를 통해 돌연변이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운증후군의 경우도 21번 염색체의 숫자가 3개로 늘어서 생긴 돌연변이입니다.(원래 정상에서는 각 번호당 염색체가 2개 있습니다.-성염색체 제외) 이런 염색체 변화 중 다른 예로 CML이라는 백혈병을 들수 있는데 BCR과 ABL이라는 두 염색체가 교차하면서 생긴 겁니다. 염색체가 교차하면서 우연히도 세포분열과 성장을 증가시키는 신호가 증폭되는데 그 결과로 암이 생기는 것입니다. 혹은 성장신호를 담당하는 부분이 염색체내에서 증가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포의 성장신호인 Myc이라는 유전자는 염색체 내에서 증가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돌연변이들이 차례로 쌓여 암세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떤 환경에도 분열을 지속할 수 있는 암세포가 되는 것입니다. 암세포가 성장해서 변이가 더 일어나면 조직을 침윤하고 암이 전이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양성암에서 악성 암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암세포의 돌연변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암조직 자체 내에서 여러 암세포가 존재하는 특성이 나타나고 항암제의 저항을 나타내는 주요 원인입니다.
암세포의 돌연변이는 한군데 암세포 내에서도 일어나지만 암이 전이 되면서도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췌장암의 경우 췌장암이 발달함에 따라 그 안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그러다가 간으로 전이되면 전이된 암세포는 다시 돌연변이를 일으킵니다. 같은 환자라도 암세포는 췌장에서 간에서 각각 다른 것입니다. 전이 될 때 마다 이렇게 암세포의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이런 식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암세포가 성장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고 항암제에 저항을 나타내어 암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처음 발생한 암세포에서 생긴 돌연변이가 전이가 된 후 생긴 돌연변이와 다르기 때문에 이전에는 효과가 있었던 항암제가 다음번에는 효과가 없기도 합니다. 이런 돌연변이가 항암치료를 어렵게 합니다. 예를 든 대장암의 경우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순서대로 나타나는 것이 밝혀졌지만 다른 암의 경우는 아직 연구로 그 순서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장암의 경우처럼 암의 돌연변이의 순서를 밝혀서 암의 진행과정에서 그 변이를 밝히고 막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하면서 살아 왔듯이 암세포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발전하고 성장합니다. 돌연변이는 정상세포에서도 일어나지만 속도가 매우 느린 반면 암세포에서는 돌연변이 속도가 빠릅니다. 암세포가 돌연변이가 점점 쌓임에 따라 그 돌연변이 속도도 점점 빨라집니다.
암세포의 이런 변이는 발암물질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현재 암 연구는 폐암이나 대장암등 각종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모아서 연구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하면 폐암 세포들을 모아서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모아서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떤 암에서는 어떤 변이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고 인종이나 지역에 따른 차별적인 변이를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폐암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변이 중 동아시아에서는 (한국포함) EGFR이라는 성장신호 리셉터의 유전자 돌연변이 빈도가 높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EGFR리셉터를 차단하는 약을 폐암치료제로 많이 쓰거나 개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암 연구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으키는 암을 유발하는 신호(예를 들면 세포성장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암 치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 암은 2가지에서 8가지 정도의 연속된 돌연변이를 통해 생기게 됩니다. 이과정은 보통 20-30년 동안에 걸쳐 나타납니다. DNA가 불안정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점이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하게 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점이 암을 발생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을 살아남게 하는 그 방식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방식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죽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프로그램 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월간암 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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